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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8년 09월 05일(금) 오전 02:00





[중앙일보 박방주]  우주대폭발(빅뱅)의 순간을 재현해 ‘신이 감춰놓은 마지막 소립자’ 힉스를 찾으려는 세계 물리학계의 대역사가 10일 시작된다.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가속기(LHC)가 14년에 걸친 공사를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세계 최대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과학실험기기, 지상에서 가장 정밀한 기기인 강입자가속기에 빅뱅의 순간을 재현할 양성자 빔이 이날 가동과 함께 주입된다.



힉스 입자뿐 아니라 초대칭 입자, 4차원 이상 10차원까지의 6개 차원 등 이론상으로만 존재해온 이들을 강입자가속기로 검증하기 위해 한국의 물리학자 57명을 포함 9000명에 가까운 세계 물리학자들이 가동을 기다려왔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교대로 강입자가속기를 지키며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를 이들을 기다릴 것이다.



강입자가속기 건설에는 약 80억 달러(약 8조원)가 투입됐다. 지상의 잡음과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100m에 터널을 뚫어 건설했다. 둘레가 27㎞에 이르는 원형이다.



◆양성자끼리 충돌시켜 힉스 재현 시도=양성자는 원자의 핵 속에 들어 있는 입자로 전자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양성자를 무더기로 입자가속기에 넣은 뒤 가속기 터널을 1만 바퀴 정도 돌리며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다. 양성자 가속기가 가속되는 터널은 두 개로, 서로 방향이 반대다. 양성자끼리 가장 세게 충돌시키기 위해서다. 강입자가속기 가동 이후 얼마 정도 지나 각종 기기가 안정되면 가속기 안에서는 양성자끼리 1초에 6억 번 정도의 충돌이 일어나도록 한다. 그 충돌 순간의 온도는 태양 중심 온도의 약 10배에 이른다.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는 기본입자 12개와 힘을 전달하는 매개 입자 4개, 기본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힉스 입자 등 17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입자의 표준 모형’이라는 이론상 그렇다. 이중 힉스를 제외한 모든 입자는 입자가속기를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됐다.



힉스 입자는 양성자끼리 충돌하는 순간 태어났다 순식간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흔적을 역으로 추적해 힉스가 나타났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파악한다. 힉스는 빅뱅 순간 태어났다 지금까지 완전히 사라진 입자다. 원자 핵 속이나 가속기 안에서 충돌시키는 양성자 안에 있는 입자가 아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는 “힉스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입자로 빅뱅 직후 환경에서나 볼 수 있다”며 “양성자가 충돌할 때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며, 만약 존재한다면 가속기에 남은 흔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입자가속기가 힉스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면 표준 모형은 이론과 실험을 통해 완성되며, 우주 만물의 구성 입자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힉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앞으로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강입자가속기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홀에 대한 두려움은 기우=미국 전직 교사 출신 월터 와그너 등 6명은 “강입자가속기가 만들어 내는 블랙홀이 커져 지구를 삼킬지 모른다”며 “그 가동을 막아야 한다”고 하와이 법정에 올 3월 소송을 냈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은 이에 대해 “단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수봉 교수도 “가속기 안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질지 말지도 모르지만 설사 만들어진다 해도 눈깜짝할 사이보다 더 짧은 순간 생기는 초미니 블랙홀일 것”이라며 “인간이 체감하기도 전에 소멸해 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미니 블랙홀은 집어삼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방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힉스 입자의 역할= 힉스 입자는 어떻게 다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할까. 1993년 영국 과학부장관 윌리엄 월드그레이브는 ‘힉스 입자의 작용을 쉽게 한 페이지로 설명하기’공모를 냈다. 다음은 당선작 중 하나의 요약. “방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당신이 이 방을 가로지른다고 가정하자. 바짝 마른 사람이라면 힘 안 들이고 방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이라면 이리저리 부딪치며 힘겹게 나아갈 것이다. 만일 이 방에 동창들이 모여 있고, 당신이 몇 년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면 악수하고 껴안고 하다 방을 나서면 완전히 지쳐버릴 것이다. 방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바로 힉스 입자이고, 방을 가로지르는 사람은 쿼크 등 다른 기본 입자에 해당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뚱뚱해서 자주 어깨를 부딪친다든지, 껴안고 반가워한다든지 하는 것은 힉스 입자와 기본 입자의 상호작용을 비유한 것이다. 각각의 기본 입자는 힉스 입자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때문에 어떤 입자는 보다 쉽게 움직이고 어떤 입자는 움직이는 데 힘이 많이 들게 된다.”








오늘 가동하는 대형 가속기, 신의 입자 찾아낼까?





[오마이뉴스] 2008년 09월 10일(수) 오전 09:25


[오마이뉴스 이종필 기자]

 















제네바 근교의 LHC 전경
ⓒ CERN






초기 우주 상태 재현… 우주탄생 비밀 파헤칠 단서 제공 




오늘 9월 10일 공식 가동에 들어가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하 100미터에 건설된 둘레 27km 짜리 가속기인 LHC는 두 개의 양성자 빔을 원형으로 가속시켜 고에너지로 충돌시킨다. 이때의 충돌 에너지는 양성자 자신의 질량보다 1만4천배나 높다. 유사 이래 인류가 소립자로 만들어 낸, 전대미문의 가장 큰 에너지다.




양성자가 고에너지로 충돌하면 양성자가 부서지며 그 내부의 소립자들이 높은 에너지로 서로 충돌한다. 과학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목이 바로 소립자들 사이의 고에너지 상호작용이다.




이 때 소립자들은 대략 양성자 에너지의 수십 퍼센트를 가지고 나가는데 이 에너지는 우주 탄생 직후 약 1000억 분의 1초에 해당하는 시기의 에너지와 비슷하다. 즉, LHC가 초기 우주 상태를 재현하며 우주탄생과 자연법칙의 비밀을 파헤칠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립자들의 충돌 에너지가 높으면 고에너지에서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갖가지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아직 인류가 양성자 질량의 1천배 정도 되는 에너지 영역을 탐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LHC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영역에서 현재 물리학이 처한 난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알려진 힉스(Higgs) 입자를 LHC가 발견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밝혀 낸 소립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6쌍의 구성입자(페르미온, fermion)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매개입자(보존, boson)들이다.




세상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 모두 들어있다. 이 소립자들은 표준모형의 틀로 잘 이해된다. 표준모형에 의하면 자연에는 '게이지 대칭성'이 있다.




게이지 대칭성이란 우리가 입자들을 관측하는 틀을 바꾸더라도 물리법칙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칭성이다. 만약 물리법칙이 실험자의 편의에 따라 마구 바뀐다면 그것은 보편적인 법칙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게이지 대칭성을 부여하면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이 대칭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매개입자의 필연성은 게이지 대칭성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 중 하나다. 이런 식으로 과학자들은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였고 강한 핵력도 게이지 이론으로 성공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게이지 대칭성이 있으면 모든 입자는 질량을 가질 수가 없다. 대칭성이란 한마디로 '구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정육면체인 주사위에 눈을 표시하지 않으면 어느 면이 어느 면인지 분간할 수 없다. 당구공에 아무런 무늬나 표시가 없으면 공이 회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육면체나 공이나 모두 대칭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소립자들을 서로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이 질량인데, 게이지 대칭성은 이 구분을 지워버린다.




과학자들은 게이지 대칭성의 모양을 유지하면서 이 대칭성이 적절하게 깨어져 소립자들이 질량을 가지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입자가 힉스 입자이다. 힉스 입자가 대칭성을 유지하면서 소립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다가 갑자기 특정한 값을 가지게 되면 대칭성이 깨지면서 소립자들이 질량을 갖는다. 이 과정을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라고 한다.




서울의 명동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정도는 어느 위치, 어느 방향으로나 균일하다. 즉 명동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분포에는 일종의 대칭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사이를 지나가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지만 않다면) 큰 저항을 느끼지 않고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최고의 인기스타 이효리가 보통사람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 보자. 주변에 숨겨둔 카메라도 튀어나온다.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명동거리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 순간 명동거리의 대칭성은 완전히 깨진다. 이효리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효리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큰 저항을 느끼게 된다. 대칭성이 깨지면서 뭔가 균일하던 분포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가 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다. 우리가 느끼는 저항의 정도가 소립자들이 얻게 되는 질량이라고 볼 수 있다.




힉스 입자는 다른 모든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의 입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표준모형이 나온 지 40년, 다른 모든 소립자들은 발견되었지만 아직도 이 신의 입자는 발견되지 않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이 LHC를 목 빠지게 기다려 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초대칭성을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LHC의 빔라인
ⓒ CERN




















































그러나 LHC에서 힉스 입자만 달랑 발견되고 만다면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크게 낙담할 것이 분명하다.




과학자들은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칭성(supersymmetry)이다. 초대칭성은 스핀(spin)이라는 물리량과 관련된 대칭성이다.




모든 소립자는 스핀을 가지고 있다. 스핀은 말 그대로 회전과 관계있다. 그러나 소립자는 점과 같아서 크기도 없고 하부구조도 없기 때문에 실제로 회전하지는 않는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스핀은 입자의 내재적인 회전효과를 나타내는데, 0, 1, 2 같은 정수값 혹은 1/2, 3/2 같은 반정수값만 가능하다. 전자를 보존(boson), 후자를 페르미온(fermion)이라고 한다.




페르미온은 같은 양자상태에 똑같은 두 입자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파울리의 배타원리) 물질을 구성하는 구성입자이다. 반면에 보존은 힘을 매개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을 모두 느끼는 페르미온을 쿼크(quark)라 하고 강력을 느끼지 못하는 페르미온은 경입자(lepton)라고 한다. 전자(electron)나 중성미자(neutrino)가 이에 속한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는 스핀이 '0'이라 힉스 보존이라고도 한다.




초대칭성(supersymmetry)은 보존과 페르미온 사이의 대칭성이다.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다면 모든 페르미온은 그에 상응하는 보존을 각각의 초짝(superpartner)으로서 하나씩 가지고 있고 모든 보존은 그에 상응하는 페르미온을 각각의 초짝으로 가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입자와 그 초짝을 물리이론에서 서로 뒤바꾸더라도 물리법칙은 동일하다. 원래 입자와 그 초짝은 스핀이 1/2만큼 차이가 난다.




초대칭성은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표준모형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한다. 먼저, 표준모형에서는 힉스 보존의 질량에 대한 양자역학적 보정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이 때 으뜸 쿼크(top quark)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데, 초대칭성이 있다면 초으뜸 쿼크가 이 효과를 정확하게 상쇄하여 힉스 보존의 질량을 안정시킨다.




둘째, 전자기력과 강력과 약력의 결합상수들은 양자효과 때문에 그 세기가 에너지에 따라 변한다. 과학자들은 이 세 값이 아주 높은 에너지에서 거의 하나로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표준모형에서는 눈에 띌 정도로 세 값이 어긋나 있다. 초대칭성은 세 값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일치시킨다. 결합상수들의 값이 제각각이더라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 가지 힘의 크기를 표현하는 결합상수들이 원래 하나의 값이었다면 물리이론은 그만큼 더 아름다울 것이다.




불행히도 실험적으로 우리는 아직까지 초입자(super particle)를 본 적이 없다. 자연의 초대칭성이 정확하다면 예컨대 전자의 초짝은 전자와 질량이 같기 때문에 여태 발견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초대칭성을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과학자들은 자연에 초대칭성이 있더라도 그것이 적절하게 깨져 있으면 초입자들의 질량이 충분히 커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힉스 보존의 질량을 자연스럽게 안정시키려면 초입자들의 질량은 대략 양성자 질량의 약 1천배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LHC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다. 과학자들의 예상이 맞다면 1년에 대략 수만 개의 초입자가 LHC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전자가 발견(1898)된 지 꼭 110년 만에 LHC가 과연 다른 모든 소립자들의 초짝을 찾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한국 과학자들도 초대칭성 분야에서 최근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역사적인 대장정에서 뒤쳐진 한국
















LHC와 입자검출기
ⓒ CERN






LHC는 또한 우주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이다. 관측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중력효과 등 여러 가지 간접적인 효과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평소 지구에서 흔히 보는 물질이 아님은 분명하다. 표준모형의 입자들 중에는 암흑물질이 될 만한 후보가 없다. 만약 초대칭 입자가 있다면 그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초중성소자(neutralino)를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전혀 색다른 형태의 입자가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도 LHC는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에 부가적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공간차원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 4차원에서 관측된 보통의 입자들 위로 여러 층의 새로운 입자들이 생겨난다. 이 입자들의 성질을 연구하면 부가차원이 몇 차원인지, 그 모양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부가차원(extra dimension)은 아주 큰 에너지를 공간의 요소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양자보정을 쉽게 안정시킬 수 있다. 또한 LHC처럼 비교적 낮은 에너지에서도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단체들이 LHC 가동을 중지하는 소송을 유럽인권법정과 미국 호놀룰루 연방지방법원에 내기도 했다. LHC가 만들어낼 블랙홀이 지구를 삼켜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블랙홀은 그 크기가 원자핵보다도 훨씬 작고 수명 또한 대단히 짧기 때문에 지구를 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공간에서는 LHC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무수히 충돌하며 LHC와 같은 실험을 백억 년 이상 해 왔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속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오랜 세월 자신의 천수를 다 누린다. 따라서 우주에서 입자들이 LHC와 유사한 충돌을 해서 설령 블랙홀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천체의 안정성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제 LHC에서 운영하는 안정성 사정 집단은 이런 근거로 LHC 실험이 안전하다고 결론내렸다.




한국은 LH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입자검출기 제작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기초과학을 홀대하거나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인간 지성의 최전선에서 그 경계를 한발자국 넓히려는 이 역사적인 대장정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LHC가 가동되는 CERN에서 인터넷이 처음 생겨났다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항상 보다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고 주어진 경계를 뛰어 넘으려는 인류의 도전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60년간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근본과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이상 '졸부'의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릴 곳이 바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우리 기초과학의 현실이다.



이종필(기자)




세계 최초 우주 탄생 '미니 빅뱅'실험 … 인공 블랙홀 생성 우려도





[한국경제신문] 2008년 09월 10일(수) 오전 11:38




10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인류 최대의 실험이 실시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물리연구소(CERN)는 인류 최대의 과학실험장치인 '거대 강(强)입자 가속기'(LHCㆍLarge Hardron Collider)를 첫 가동한다. 1994년부터 14년 동안 무려 95억달러(약 10조원)가 투입된 LHC 건설에는 유럽 아시아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과학자 약 1만명이 참여했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입자물리학계의 큰 숙원인 힉스(Higgs Bosonㆍ반물질)라는 가상의 입자 존재를 확인하는 것.힉스 입자는 물리학 표준모형이 제시한 근본 입자들 중에서 관측이 안된 채 남아있는 마지막 입자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소립자들은 힉스 입자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입자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이 입자가 발견되면 질량의 기원을 밝힐 수 있어 물리학에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100m에 건설된 LHC는 둘레 27㎞,지름 8㎞에 이르는 원주형의 세계 최대 실험장비로 기존의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페르미연구소 가속기보다 훨씬 빠르게 양성자를 가속시켜 더욱 강력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LHC에서 2개의 수소 양성자 빔들은 서로 반대쪽으로 진행하다가 강력한 초전도 자석에 의해 구부러져 충돌하면서 1000만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빅뱅 당시와 비슷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물리학자들은 이때 만들어진 여러가지 입자들을 검출기를 통해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실험으로 블랙홀이 만들어져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ERN측은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위성방송과 웹방송으로 9시간 동안 실시간 중계를 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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